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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로 보는 정치경제학 : 중동 유가가 한국에 중요한 이유, 미국의 중동 개입
    경제 기초 2024. 4. 8. 19:01

    석유로 보는 정치경제학 : 중동 유가가 한국에 중요한 이유, 미국의 중동 개입
    석유로 보는 정치 경제학

    지난 포스팅에서 물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이번엔 유가에 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원유 또한 상품입니다. 따라서 원유 가격이 변동되는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문제입니다. 원유의 주요 생산지에서 생산량을 줄이거나 경기 확대로 수요가 늘게 되면 유가가 오릅니다. 중동 전쟁으로 산유국이 원유 증산을 의도적으로 줄여서 유가가 폭등한 일을 떠올려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를 건드리는 강한 요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달러인데요. 원유는 국제 원유 시장에서 주로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강달러 시세에는 같은 액수로 더 많은 원유를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상황입니다. 미국이 만약 유가를 떨어뜨리고 싶다면 달러 시세를 의도적으로 높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국제 유가는 떨어집니다. 반대로 달러가 약세로 바뀌면 유가는 오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 거래에 달러만 사용하도록 했을까요? 오직 달러로 원유 거래를 하기 시작한 때는 1973년 중동 전쟁 이후 오일 쇼크가 터지고 나서였습니다. 미국은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군사 및 경제 협정을 체결합니다. 원유 결제를 달러로 하는 대신 사우디 정부를 주변 적대국으로부터 보호해 주기로 합니다. 이렇게 ‘페트로 달러’ 경제 시스템이 시작되면서 미국의 달러는 국제 거래에서 가장 필수적인 기축 통화가 되었습니다. 

     

     

    중동 유가가 한국에 중요한 이유

    국제 시장에서 원유의 생산지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전 세계 99개국이 원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원유는 중동산 두바이유, 미국산 WTI(서부 텍사스유), 북해산 브렌트유 이 세 가지입니다. 이 중에 우리나라는 약 70~80% 두바이유를 사 옵니다. 즉, 우리나라의 유가는 두 바이산 유가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동은 2022년 3월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원유 매장지입니다. 중동 원유의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전 세계 원유 수급에 영향을 줘 유가가 전반적으로 오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유가가 오르면 경제적인 타격을 받기 쉽습니다. 생산 설비의 동력을 제공하고 차량의 운송을 위해서 사용되는 원유는 국민 경제의 근간을 떠받치는 자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1970년대 오일쇼크 때도 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국민경제가 위축되었습니다. 

     

     

    미국의 중동 개입

    미국 입장에서 중동은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요충지입니다. 물론 미국과 물리적으로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곳이지만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중동 지역은 석유 이권이 걸려있으며 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지역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지역이 지독한 분쟁으로 불안정한 지역이다 보니 미국에게는 해결할 여지가 보이지 않는 골칫거리일 것입니다.

     

    미국과 중동 지역 개입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973년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중심으로 뭉친 아랍 국가 간의 3차 중동전쟁 이후 미국은 유가 충격을 방어하고 앞으로도 오일 메이저가 유가로 장난치지 못하도록 중동 정세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의 왕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원유 가격을 미국 달러에 묶어서 결제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오일 메이저 국가 중 하나인 이란은 1979년 호메이니를 필두로 한 민족주의 이슬람 시아파 세력에 의해 이슬람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혁명 세력은 당시 이란을 통치하던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중동 원유를 무기 삼아 서방과 맞서 싸우고자 했습니다. 이런 이란의 상황을 아니꼽게 보고 있었던 미국은 이듬해 이란을 침공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지원하게 됩니다. 

     

    이렇게 일어난 이란-이라크 전쟁은 1988년에 와서야 휴전으로 끝나는데 이라크의 지도자 후세인은 다른 마음을 품습니다. 이후 1990년, 원유 사업에서 미국의 개입을 배제하고 더 많은 원유 생산지를 점령하고자 친미 국가인 쿠웨이트를 침공합니다. 미국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UN에 결의안을 내고 연합군과 함께 이라크를 공격합니다. 이때 일어난 전쟁이 걸프전입니다. 사담 후세인은 패퇴했지만 잡히지 않았고 미국과 이라크는 오랜 기간 대치하게 됩니다. 

     

    그러다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무장 세력 알카에다가 민간 항공기를 납치하고 뉴욕 국제무역센터 빌딩에 테러를 합니다. 당시 미국은 테러의 배후 세력으로 이라크를 지목했는데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공격을 가합니다. 이때 일어난 전쟁이 2차 걸프전입니다. 대량 살상 무기는 결국 발견되지 않았고 2006년 사담 후세인은 미군에게 체포되어 미국에서 처형됩니다. 

     

    미국은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요르단, 아랍 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등의 국가와 두터운 관계를 쌓고 원유 영향력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항상 미국의 입맛대로 움직이진 않았습니다. 특히, 중동 원유의 최대 생산 국가인 사우디는 2010년대 미국이 셰일 오일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유가를 둘러싼 미국과의 치킨게임을 벌이게 됩니다. 여기서 치킨 게임이란 둘 중 승자는 오직 한 명이며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리는 상황을 말합니다.

     

    셰일 오일은 지하 3km의 셰일 퇴적층에서 퍼올린 원유인데 2010년대 석유 시추 기술에 혁신이 일어나면서 원유 생산량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발전합니다. 이런 셰일오일 덕분에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러시아와 사우디에 비견할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시장에는 원유 공급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유가는 내려갔습니다. 

     

    원유가 주 수입원인 사우디의 입장에서는 유가가 내려가는 일은 매우 부정적인 상황입니다.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혁명을 막고자 원유를 감산해도 원유를 생산하는 다른 국가들이 사우디의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작년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인플레이션을 막고자 사우디에게 원유 감산을 요청해도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는 그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재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미국과 척을 지고 있는 러시아의 원유를 구매해 줬습니다.

     

    그러나 사우디는 유가가 떨어지는 것을 쉽게 막지 못합니다. 미국의 셰일 혁명과 더불어 유가를 통제하고자 산유국들이 뭉친 조직인 OPEC+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제 시장의 유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OPEC+ 회원국이 공식적으로 감산을 이야기해도 최대한 자신들의 원유를 팔아야 이득이므로 음지에서는 원활하게 석유 거래와 증산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크게 가지 요인으로 유가를 낮추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11 미국 대선을 위해 유가를 낮춰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합니다. 두 번째로, 전쟁의 비용을 천연가스와 원유 판매로 벌어들이고 있는 러시아를 견제해야 합니다. 유가를 높이려는 사우디와 유가를 낮추려는 미국의 치킨게임으로 현재 원유 시장은 급격하게 흘러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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